사람들이 매일 자신이 생각하는 인생의 목표를 향해 열심히 일하듯이 우리가 즐기는 게임도 장르마다 다르지만 세계 최고의 부, 우승, 전쟁 승리, 세계의 평화, 사랑 쟁취 등 다양한 최종 목표를 향해 계속 전진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최종 목표를 무시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다면서 시간을 그냥 보내기만 한다면 레이싱 게임이라면 만년 꼴찌, 슈팅 게임이라면 적의 첫 공격에 파괴, 연애 게임이라면 만년 독신 등 Bad End이나 다름없는 모습을 보여주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자기 자신이나 대상자를 육성시키고 여러 사람과 만나는 다양한 이벤트를 거치며 원하는 목표(=엔딩)를 달성해야 하는 장르로 어떻게 육성하고 진행했느냐에 따라 다양한 엔딩이 등장하는 연애 및 육성 시뮬 또는 그에 따르는 장르의 게임에서 이와 같은 행동을 했을 때 어떻게 될 것인지 궁금해졌는데, 물론 다른 장르의 게임처럼 Bad End에 가까운 엔딩을 보여주겠지만 다양한 엔딩이 등장하는 만큼 뭔가 특별한 엔딩을 마련해두지 않았겠냐는 생각이 들어 직접 해당 장르의 게임을 통해 실험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실험 대상 : PC98용 프린세스 메이커(プリンセスメーカー)

육성 시뮬의 대명사 프린세스 메이커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으로 마왕 군대를 무찌르고 세상을 구한 용사가 10살 된 여자아이를 딸로 삼아 8년간 키운다는 내용을 그리고 있으며 딸이 성장하는 과정이 재미있지만 용사가 딸을 키운다는 설정과 달리 딸이 직접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 모순점이 있기도 합니다.


일단 딸의 이름을 '놀 아라'로 정한 후 실험의 목표대로 할 일 없이 놀게 해야 하기에 8년 동안 모든 일정을 쉬게 한다로 고정하고 처음에 왕궁에서 양육비로 받은 돈 500이 전부인 아버지와 전혀 돈을 벌지 않는 딸이기에 장비 구매나 바캉스 가기 등 어떤 소비도 하지 않으며 매년 10월에 열리는 수확제에는 능력이 형편없는 딸에게는 꿈 같은 것이기에 전혀 참가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진행하니 8년 끝에 엔딩을 볼 수 있었는데 그 내용이 좀 뜻밖이더군요.


이리하여 8년이 꿈 같이 지나갔다.
아라는 놀의 끝없는 애정과 훈도를 받으며 지금 훌륭하게 성인이 되었다.
딱히 장점이 없는 아라의 좋은 점을 굳이 찾자면 그건 성실하고 선량한 성격일 것이며 평범하고 특색이 없는 남성과 결혼하여 평화롭고 단란한 가정을 이루는 것으로 보였지만,


취사, 세탁까지 전혀 못 하는 아라는 시어머니에게 미움을 사서 자주 혼났다.
하지만 남편은 어찌할 바 몰라 당황하기만 할 뿐 도와주지 않았으며 그에게는 아무래도 마더 콤플렉스가 있어 어머니에게 절대로 거스르지 않는다.
결혼하고 3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아이가 생기지 않자,
"손자가 태어나지 않는 것은 저 며느리가 나쁜 탓이다"
화가 난 시어머니는 결국 강제로 두 사람을 이혼시키고 말았다.


친정으로 돌아온 아라는 할 수 없이 여관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재혼 상대를 찾고 있는데 이번 일로 유일한 장점이었던 좋은 성격도 비뚤어지고 만 것 같다.
턱을 괴고 한숨만 쉬는 매일.
이래서는 새로운 반려자는 좀처럼 찾을 것 같지도 않다.

8년간 수고하셨습니다.
아쉽게도 당신의 딸은 세간에서 보면 낙오자입니다.
하지만 사람에게는 다양한 인생이 있기에 꼭 출세한 자가 위대하고 낙오자가 천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어찌 되었든 당신의 아버지 모습은 가장 형편없습니다.

실험 결과
전혀 배운 것도 해본 일도 없지만 결혼을 했다는 것이 신기한데 마더 콤플렉스가 있는 남편과 자식을 낳지 못한다며 달달 볶는 시어머니 때문에 결국 이혼한 상황을 보니 딸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딸아, 이런 삶을 보내게 되다니 정말 미안하구나. 이럴 줄 알았다면 너와 함께 지냈던 8년 동안 아이를 낳는 방법이라도 손수 가르쳐줄 걸 그랬어."

Posted by PC98 Library